<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
Read, Remember, Recommand / 2009/07/1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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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해서 이 사회는 누군가가 죽어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때로는 그 깨달음이 과해서 때로는 과장 되기도 하고 우상화 신격화 되기도 한다.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는 건,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 그 사람의 장점을 우리가 미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다. 남들 보다 잘 살아야 된다는, 경쟁을 이 사회를 구원할 복음으로 떠 받들고 있는 이 사회에서는 누군가의 장점을 알아보고 인정하는 것은 경쟁에서의 패배라고 인정하는 것으로 배워왔다. 그래서 이 땅에 입 달고 손 달아서 말하고 인터넷에 댓글다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 밴댕이의 내장을 광활한 만주벌판처럼 느껴지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대학교수가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오랜 지병을 가지고 투병하다 죽었다. 그런데 그 사람에 대해서 살아 생전의 몇 배의 관심이 쏟아진다. 그 사람은 목발없이는 걸을 수 없는 장애인이었고, 암으로 몇 년을 투병한 영문학과 교수였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유명한 영문학자이기도 했다. 그렇다 장영희 교수다.
이렇게 시니컬 하게 쓰는 이유는 나 또한 위의 보통 사람들처럼 똑같은 코스로 그를 대했기 때문이다. 고인이 참 좋은 분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다 유명을 달리하니 그 사람이 너무 아까웠다. 죽은 다음에야 그 사람이 눈에 띄인 것이다...평소에는 그런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면 별거 아니라고 까기에 급급하다 말이다.
그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의 글을 이제야 읽었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PR을 전공하고, 그리고 서비스 기획, 홍보팀을 거치면서 딱딱한 경영, 마케팅 관련 글만 보게 된지 벌써 3년 정도 된거 같다. 그동안 만화책과 성경책, 그리고 신앙서적을 외에는 문학이라고 붙일 만한 것을 읽어 본 기억이 없다.
이 책을 읽고, 오랜 만에 영혼을 울리는 글을 만났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치열한 사유와 소화, 그리고 비판으로 공부하는 책이 아닌, 나의 감성을 깨우고 손끝에서 사라진 감성어린 글쓰기를 재 소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책을 만났다.
솔직하고 꾸밈이 없지만, 그렇다고 천박하거나 번잡하지 않은 글. 길지도 않고 어렵지는 않지만 그 안에 지은이의 삶이 녹아있어서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글. 문학의 힘을 문학을 소개하는 글로 만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 것은, 열심히 내용을 이해하고 소화하는 읽기를 하다보니 이런 감성어린 글을 읽는 속도 조절을 잘 못했던 것이다. 글을 읽으면서 작가의 마음과 감정을 공유하고 시에서는 시를 곱씹으며, 소설의 문장이 나오면 그 문장의 정황을 느끼며 호흡해야하는데 뚝딱 해치워 글을 읽고 말았다. 본의 아니게 허겁지겁 읽어버리게 되었지만 역시 좋은 글은 그렇게 급하게 먹어도 내 가슴에 무언가를 남긴다. 좋은 글의 힘이다.
오늘 저녁은 조금 천천히 생각도 하고 움직여 봐야겠다.
누가 그러더군 성공은 쉬지 않는 걷다 보면 얻을 수 있지만, 사랑과 아름다움은 멈추어 쉬는 그 긴 호흡 속에 천천히 피어나는 것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