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의 학원광고, 그리고 교육
나에게 신해철이라는 존재는, 참 독특하다. 뭐랄까, 내 대신 날뛰어 주는 사람이랄까...
음악에 대해서 진지해지던 고등학교 때 그는 마침 내가 진지해지고 싶은 방향으로 멋들어진 음악을 들려주었다.
게다가 맨 처음 음악이라는 것이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기도 했고..
또한, 가끔 가다 들었던 고스트스테이션이나 고스트네이션에서는 속으로 생각은 했지만 말로 꺼내지 못했던 것들을 질러 주었다.(이런 면에서는 진중권도 비슷한 역할을 해주었다.)
그의 거침없는 라이프 스타일이 맘에 들었고, 그의 도전적인 음악실험도 나쁘지 않았다. 그의 음악은 천재라는 생각은 들진 않지만 공감할 수 있는 열정이 있었고, 미래와 변화를 고민하는 그의 생각에서는 과하다 싶은 파격적인 발언으로 통쾌할 때가 여러번 있었다.
그런 그가 요즘 학원 광고로 나를 참 골치 아프게 한다.
사교육계의 광고,홍보의 최전방에서 치열한 격전의 현장에 있었던 나로선
그리고, 그 현장에서 발걸음을 돌린 나에겐
신해철의 학원 광고에 대한 변명은 너무나 이상적인 이야기다.
'자신에게 맞는 교육 방법과 전략이 중요하다. 거기엔 공교육과 사교육을 굳이 나눌 필요는 없다.'라는 그의 말
틀린 말은 아니다. 매우 이상적이며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인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대사는 학원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학부모에게 던지는 중요한 무기 중 하나이다.
신해철의 소신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그가 말한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찾는 것, 공부의 목적을 찾는 것보다 먼저 해결되어야 할게 있다.
그건 바로 학생'스스로' 자기의 목적을 '찾는' 작업이 보장 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신해철이 광고한 그 학원은 그런 학생 스스로가 자기의 목적을 찾는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신경 쓸 수 없는 학원이다.
그 학원의 존재의 목적은 특목고 입시 전쟁에서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 입시학원이며, 그들은 그런 목적은 천천히 세우고 우선 남들 보다 앞선 경쟁력을 키워 놓으면 나중에 그런걸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학원에서 말하는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과 신해철이 말한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은 다르다.
학원은 입시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영어 점수와 내신을 올리기 위한 공부방법을 말하는 것이고
신해철은 인생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부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만약 신해철이 그 차이를 알고도 그 광고를 찍었다면 돈 때문에 소신을 판 나쁜 놈이고
그 차이를 모르고 찍었다면, 그건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라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신해철의 말빨이나 판단력을 봤을 때 후자일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는 것...
이런 인지부조화가 발생을 하면 난 신해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나의 사고 체계를 바꾸어야한다.
둘다 별로 하고 싶지 않는데, 신해철은 강요한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